2025년 9월,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랐습니다. 2001년 이후 24년 만의 변화입니다. 은행이 파산해도 내 돈을 어디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지, 어떤 상품이 보호되고 어떤 상품은 안 되는지, 1억원이 넘는 목돈은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나
예금자보호제도는 은행·저축은행 같은 금융회사가 파산해 예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일정 한도까지 지급해주는 제도입니다. 그 한도가 2025년 9월 1일부터 1인당 1억원으로 올랐습니다. 기존 5,000만원은 2001년에 정해진 뒤 24년간 그대로였는데, 그동안 커진 가계 자산 규모와 주요 선진국 대비 낮다는 지적을 반영해 두 배로 상향된 것입니다.
이 1억원이라는 숫자는 예금자보호법에 직접 적혀 있는 게 아닙니다. 법률은 “1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한도로 정해 두고(예금자보호법 제32조제2항), 구체적인 금액은 시행령에 맡겨두는 구조입니다(예금자보호법 시행령 제18조제7항). 이번에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바뀐 것은 법률과 시행령이 함께 개정된 결과입니다(예금자보호법 제32조제2항). 법률이 정한 1억원 이상의 범위 안에서는 시행령만 고쳐도 한도가 다시 바뀔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도 조정 소식이 나온다면 국회의 법 개정보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 발표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빠릅니다.
중요한 건 별도 신청이 필요 없다는 점입니다. 상향된 한도는 예금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자동 적용되며, 2025년 9월 1일 이전에 가입한 예금도 가입 시점과 관계없이 1억원까지 보호됩니다.

보호되는 상품, 안 되는 상품
모든 금융상품이 보호되는 건 아닙니다.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성 상품이 대상입니다.
보호되는 상품은 은행·저축은행의 예금·적금, 원금보전형 금전신탁, 개인이 가입한 보험계약(해약환급금 기준), 예금보호 대상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등입니다.
보호되지 않는 상품은 펀드·주식·채권 같은 투자상품, 실적배당형 상품, 그리고 증권사 CMA 중 일부(RP형·MMF형)입니다. 이런 상품은 원금 손실이 가능한 투자상품이라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내 돈이 은행에 있으니 다 보호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예금자보호 1억원 합산 기준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입니다. 1억원 한도는 계좌별이 아니라 ‘1인·금융회사별’로 합산해서 적용됩니다.
같은 은행에 예금 계좌를 여러 개 나눠 갖고 있어도, 그 은행에서 보호받는 한도는 다 합쳐서 1억원입니다. 계좌를 쪼갠다고 한도가 늘지 않습니다. 반대로 서로 다른 금융회사(A은행, B은행, C저축은행)에 나눠 넣으면 각 회사마다 1억원씩 따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보호 금액은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1억원입니다. 원금만 딱 1억원을 채우면 이자 일부는 한도를 벗어날 수 있으니, 예상 이자까지 감안해 예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자도 따로 계산식이 있다
보호 금액에 들어가는 이자는 통장에 찍힌 약정 이자를 그대로 쓰지 않습니다. 보험금을 계산할 때 예금등 채권의 금액은 원금에 해당 금융회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 등을 고려해 위원회가 정하는 이자율을 곱한 금액을 더한 것이 한도입니다(예금자보호법 시행령 제18조제5항). 고금리 특판 상품에 가입했더라도 약정 이자 전부가 보호 금액 계산에 들어간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같은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았다면 계산이 한 번 더 달라집니다. 보험금은 보험금 지급공고일 현재 예금등 채권의 합계액에서 그 금융회사에 지고 있는 채무의 합계액을 뺀 금액으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예금자보호법 제32조제1항). 보증채무는 이 계산에서 빼는 채무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한도를 따로 받는 돈
1억원 한도가 한 금융회사에 맡긴 돈 전부에 하나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행령은 예금등 채권을 몇 갈래로 나누어 갈래마다 보험금 지급한도를 따로 적용합니다(예금자보호법 시행령 제18조제7항).
-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개인형 퇴직연금(IRP)·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등에 따른 예금등 채권은 가입자별로 따로 1억원 한도가 적용됩니다.
- 연금저축계좌 등 연금저축 관련 예금등 채권은 모두 합산해서 따로 1억원 한도가 적용됩니다.
- 보험회사에 대한 채권 가운데 보험금(보험기간이 끝나 지급되는 보험금은 제외)은 따로 1억원 한도가 적용됩니다.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담긴 예금등 채권은 따로 떨어지지 않고 일반 예금·적금과 합산해 1억원 한도가 적용됩니다.
퇴직연금 계좌에 들어 있는 정기예금은 일반 예금과 따로 보호받지만, ISA 안의 예금은 같은 금융회사의 일반 예금과 합쳐진다는 점에서 갈립니다. 퇴직연금 계좌의 예금등 채권은 원칙적으로 그 금융회사에 진 채무를 빼지 않고 계산하며, 가입자가 담보를 제공했거나 서면으로 동의한 경우에만 뺍니다(예금자보호법 시행령 제18조제3항).
숫자로 보는 보호 금액
아래는 설명을 위한 가정입니다. 한 사람이 같은 은행에 정기예금 8,000만원과 보통예금 3,000만원을 두고, 같은 은행에서 신용대출 2,000만원을 받은 상태입니다. 같은 은행의 IRP 계좌에는 정기예금 6,000만원이 들어 있습니다. 계산을 단순하게 하려고 이자는 뺐습니다.
- 일반 예금은 8,000만원과 3,000만원을 합친 1억 1,000만원입니다. 계좌가 둘이어도 같은 은행이므로 한 묶음으로 봅니다.
- 보험금은 예금 합계에서 그 은행에 진 채무 합계를 뺀 금액이므로 1억 1,000만원에서 대출 2,000만원을 뺀 9,000만원으로 계산됩니다(예금자보호법 제32조제1항). 1억원 한도 안이므로 9,000만원이 보험금이 됩니다(예금자보호법 시행령 제18조제7항).
- IRP 계좌의 정기예금 6,000만원은 가입자별로 따로 1억원 한도가 적용되므로 일반 예금과 합치지 않고 6,000만원이 보호됩니다. 대출을 빼지 않고 계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예금자보호법 시행령 제18조제3항).
같은 사람이 대출 없이 일반 예금만 1억 1,000만원을 두었다면 1억원까지만 보호되고 1,000만원은 한도를 넘습니다. 같은 금융회사에 대출이 있으면 보험금으로 계산되는 숫자가 예금 잔액보다 작아지므로, 보호 범위를 따질 때는 예금 잔액만이 아니라 같은 금융회사의 대출 잔액과 퇴직연금 계좌 잔액을 나누어 봐야 합니다.
1억원 넘는 목돈, 어떻게 지키나
목돈이 1억원을 넘는다면 방법은 분산입니다.
- 금융회사 분산: 한 곳에 몰지 말고 여러 금융회사에 1억원(이자 감안하면 그보다 약간 적게)씩 나눠 예치합니다.
- 가족 명의 분산: 보호는 1인 기준이므로, 배우자 등 가족 명의로 나누면 각자 1억원씩 보호받습니다. (단, 증여 문제는 별도 검토)
- 건전성 확인: 예금자보호는 ‘돌려받는’ 제도이지 ‘안 망하게 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금리만 보지 말고 금융회사의 건전성(BIS 비율 등)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예금자보호 한도를 의식해 예금을 여러 곳에 나눠 맡겨 본 일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이때 챙길 것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예금자보호가 ‘있으니 안심’하는 제도가 아니라 ‘돌려받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제도라는 점입니다. 금융회사가 파산하면 예금이 지급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려 그동안 자금이 묶이는데, 이 공백이 한도보다 더 큰 리스크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금리만 보지 말고 금융회사의 건전성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다른 하나는 분산 예치의 실전 원칙입니다. 1억 한도를 원금으로 딱 맞추면 이자가 붙는 순간 일부가 보호 범위를 벗어납니다. 그래서 예상 이자까지 감안해 한 곳에는 9천만 원 안팎으로만 넣고, 목돈은 여러 금융회사에 나눠 예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한도가 1억원으로 오른 뒤에도 이 두 가지 — 건전성 확인과 이자까지 감안한 분산 — 는 변하지 않는 기본입니다.
파산 뒤 돈을 받는 절차
보호 한도 안의 예금이라도 사고가 난 다음 날 바로 돌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회사의 예금 지급이 정지되는 제1종 보험사고의 경우, 예금보험공사는 사고 통지를 받은 날부터 2개월 이내에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이 기한을 1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습니다(예금자보호법 제34조). 지급이 결정되면 공사가 지급 개시일과 기간, 방법을 공고하고, 예금자가 청구해야 보험금이 지급됩니다(예금자보호법 제31조제1항·제3항). 결정 전이라도 공사는 예금자의 청구에 따라 예금의 일부를 미리 지급할 수 있고, 이렇게 받은 가지급금은 나중에 보험금에서 뺍니다(예금자보호법 제31조제2항, 제32조제3항).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것은 청구 기한입니다. 보험금청구권은 공고된 지급 개시일부터 5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고, 공사가 보내는 안내나 통지만으로는 시효가 중단되지 않습니다(예금자보호법 제31조제7항·제8항). 잊고 있던 적금이나 오래 쓰지 않은 계좌가 사고 금융회사에 남아 있다면 공고를 확인해 직접 청구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2025년 9월 이전에 가입한 예금도 1억원까지 보호되나요?
네. 가입 시점과 관계없이 2025년 9월 1일부터는 1억원 한도가 적용됩니다. 별도 신청도 필요 없이 자동 적용됩니다.
Q2. 한 은행에 예금 1억, 적금 5천만원이 있으면 1억 5천만원 다 보호되나요?
아닙니다. 같은 금융회사 안에서는 모든 예금·적금을 합산해 1억원까지만 보호됩니다. 초과분 5,000만원은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다른 금융회사로 분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3. 증권사 CMA 통장도 예금자보호가 되나요?
CMA는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종금형 CMA는 보호되지만, RP형·MMF형 CMA는 투자상품이라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가입 전 상품설명서에서 예금자보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Q4. 같은 은행에 대출이 있으면 보호 금액이 줄어드나요?
보험금은 보험금 지급공고일 현재 예금 합계에서 그 금융회사에 진 채무 합계를 뺀 금액으로 계산합니다(예금자보호법 제32조제1항). 예금 1억 1,000만원에 대출 2,000만원이 있다면 계산상 보험금은 9,000만원입니다. 보증채무는 빼는 채무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Q5. 퇴직연금 IRP 안의 예금도 일반 예금과 합산되나요?
아닙니다. 확정기여형·개인형 퇴직연금 등의 예금등 채권은 가입자별로 일반 예금과 따로 1억원 한도가 적용됩니다. 반면 ISA 안의 예금은 같은 금융회사의 일반 예금과 합산됩니다(예금자보호법 시행령 제18조제7항).
Q6. 보험금은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공고된 지급 개시일부터 5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보험금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고, 공사의 안내나 통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는 시효가 중단되지 않습니다(예금자보호법 제31조제7항·제8항).
한도 안에서 안전하게 나눠 예치한 예금·적금, 이자소득세를 떼고 나면 실제로 얼마가 남는지도 궁금하다면 계산기로 바로 확인해보세요.
참고 자료
- 예금자보호법 제32조제2항 (보험금 지급한도를 대통령령에 위임) (law.go.kr)
-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제18조제7항 (보험금 지급한도 1억원) (law.go.kr)
- 예금자보호법 제2조제2호 (보호대상 예금등의 범위) (law.go.kr)
- 예금자보호법 제30조 (예금보험료율 상한 1천분의 5, 대통령령 위임) (law.go.kr)
- 대통령령 제35687호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 (2025.9.1 시행, 보호한도 5천만원→1억원 상향) (law.go.kr)
- 예금자보호법 제31조 (보험금 등의 지급) (law.go.kr)
- 예금자보호법 제32조 (보험금의 계산 등) (law.go.kr)
- 예금자보호법 제34조 (지급의 결정) (law.go.kr)
-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제18조 (보험금의 계산방법의 예외 등) (law.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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