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에 가입돼 있어도 내 회사가 DB형인지 DC형인지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두 제도는 이름만 다른 게 아니라 누가 운용 책임을 지느냐, 퇴직 시 받는 금액이 어떻게 정해지느냐가 완전히 다릅니다. 여기에 개인이 직접 관리하는 IRP까지 더하면 노후 자산의 뼈대가 완성됩니다. 이 글에서는 세 제도의 구조 차이를 고용노동부 안내를 바탕으로 정리합니다.
실무에서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헷갈리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몇 년째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내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 모른 채, 퇴직을 앞두고서야 확인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특히 이직이 잦은 2030 세대라면, 회사를 옮길 때마다 흩어지는 퇴직금을 IRP 한 계좌에 모아 ‘퇴직금 통산 계좌’로 관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큰 차이를 만듭니다. 제도 이름은 복잡해 보여도, 결국 핵심은 ‘누가 운용하고, 내가 얼마를 어떻게 받느냐’입니다.
퇴직연금 3가지 제도, 한 줄 정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상시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장은 반드시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 DB형(확정급여형):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고, 퇴직급여가 미리 정해진 계산식으로 확정되는 제도
- DC형(확정기여형): 회사가 매년 부담금을 넣어주고,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 그 결과에 따라 수령액이 달라지는 제도
- IRP(개인형 퇴직연금): 퇴직급여를 한 계좌에 모아 관리하고, 추가 납입으로 세액공제까지 챙길 수 있는 개인 계좌
핵심은 운용 책임의 주체입니다. DB는 회사가, DC와 IRP는 근로자 본인이 운용 책임을 집니다.
이 세 제도의 정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2조에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확정급여형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가 받을 급여의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퇴직연금제도”(제8호),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는 “급여의 지급을 위하여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부담금의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퇴직연금제도”(제9호), 개인형퇴직연금제도는 “가입자의 선택에 따라…적립·운용하기 위하여 설정한 퇴직연금제도로서 급여의 수준이나 부담금의 수준이 확정되지 아니한 퇴직연금제도”(제10호)로 정의됩니다.
DB형 vs DC형, 무엇이 다를까
DB형(확정급여형)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이 퇴직급여로 확정됩니다.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운용 손익은 회사가 책임집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투자 손실 위험이 없어 안정적입니다. 임금이 매년 꾸준히 오르는 구조라면 DB형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DC형(확정기여형)은 회사가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약 1/12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근로자 계좌에 넣어줍니다. 이 돈을 근로자가 직접 예금·펀드·ETF 등으로 운용하며, 운용 성과가 좋으면 수령액이 늘고 손실이 나면 본인이 부담합니다. 다만 회사가 매년 넣어주는 원금 자체는 운용 손실과 무관하게 계속 쌓입니다. 퇴직까지 기간이 길어 장기 운용의 복리 효과를 노릴 수 있다면 DC형의 매력이 커집니다. 근로자가 본인 돈을 추가로 납입할 때는 연금계좌 납입한도의 적용을 받는데, 이 한도는 연금계좌가 둘 이상이면 합산해 연 1,800만원입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제2항제1호가목, 2026년 7월 1일 시행 기준).
| 구분 | DB형 (확정급여형) | DC형 (확정기여형) |
|---|---|---|
| 운용 책임 | 회사 | 근로자 본인 |
| 수령액 결정 | 퇴직 직전 평균임금 × 근속연수 | 회사 부담금 + 운용 손익 |
| 투자 위험 | 회사 부담 | 근로자 부담 |
| 추가 납입 | 불가 | 가능(연 1,800만원 한도) |
| 유리한 경우 | 임금 상승률이 높을 때 | 운용 수익률 > 임금 상승률일 때 |

DB에서 DC로 바꾸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회사가 제도를 바꾸는 경우도, 근로자가 개인적으로 옮기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임금이 오를 여지가 남았는지, 본인이 운용에 신경 쓸 수 있는지를 바꾸기 전에 따져야 합니다.
IRP는 왜 따로 있을까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퇴직 시 DB형이든 DC형이든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IRP 계좌로 이전됩니다. 이직이 잦은 경우 흩어진 퇴직금을 한 계좌에 모아 관리할 수 있어 ‘퇴직금 통산 계좌’ 역할을 합니다.
IRP는 소득이 있는 취업자라면 자영업자·공무원·전문직까지 폭넓게 가입할 수 있습니다. 퇴직급여를 담는 것 외에도 연금계좌 납입한도(연금계좌가 둘 이상이면 합산해 연 1,800만원, 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제2항제1호가목, 2026년 7월 1일 시행 기준) 안에서 자율적으로 추가 납입할 수 있고, 이 납입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세액공제 한도와 공제율 등 절세 구조는 연금저축과 함께 따져봐야 하는데, 이 부분은 [연금저축·IRP·ISA 세액공제 편]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세 제도의 구조 차이에 집중합니다.
디폴트옵션 사전지정운용제도
DC형과 IRP는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상당수 적립금이 아무 지시 없이 원리금보장 상품에 방치돼 낮은 수익률에 머무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입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미리 지정해 둔 상품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제도입니다. 2022년 1월 11일 신설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1조의2가 근거이며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됐고(법률 제18752호 부칙 제1조), 적용 대상은 DC형과 IRP 가입자입니다(IRP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4조제4항이 제21조의2부터 제21조의4까지를 준용하고, 이때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를 개인형퇴직연금제도로 봅니다). DB형은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므로 해당되지 않습니다. 다만 사용자의 의무는 회사가 제도를 설정하는 DC형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DC형에서는 사용자가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설정해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받아 확정기여형퇴직연금규약에 반영해야 합니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1조의2제5항). 가입자가 할 일은 DC형과 IRP가 같습니다. 제공받은 사전지정운용방법 중 하나를 본인이 적용받을 방법으로 선정하는 것입니다(같은 법 제21조의3제2항, IRP는 제24조제4항 준용). 방치하지 말고 본인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 두는 것이 좋습니다.
디폴트옵션을 골라 두면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그 상품으로 굴러갑니다. 다만 한 번 정하고 잊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본인이 고른 상품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중도인출은 언제 가능할까
DB형은 회사가 관리하는 영역이라 원칙적으로 중도인출이 불가능합니다. 반면 DC형과 IRP는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라, 법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중도인출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정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 무주택자의 전세·임차보증금 부담(사업장 근로 기간 중 평생 1회 한정)
-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본인·배우자·부양가족의 질병·부상
- 신청일 기준 과거 5년 이내 개인회생 개시 또는 파산선고
- 천재지변 피해 등
이때 개인형 IRP는 DC·기업형IRP와 달리 의료비 관련 임금비율(연간 임금총액의 12.5% 초과) 조건이 없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만 55세 이전에 IRP를 중도인출하면 세액공제를 받았던 납입금과 운용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됩니다. 그동안 받은 세제 혜택을 사실상 되돌려주는 셈이므로, 여유 자금으로만 납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때 부과되는 세금은 소득세법 제21조제1항제21호에 따라 “연금외수령한 소득”으로 분류되는 기타소득입니다.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고 별도로 원천징수되는 방식이라, 다른 소득이 많은 사람도 세율이 더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은 참고할 만합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처리해 본 일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그런데 퇴직급여 중간정산과 중도인출은 회사가 사정을 봐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해야 가능합니다. 사유에 맞지 않으면 회사도 운용기관도 처리할 방법이 없습니다. 요청이 들어오면 금액보다 어떤 사유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나에게 유리한 선택은
정답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큰 틀에서 판단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임금 상승률이 높고 안정 지향 → DB형 유지가 유리할 수 있음
- 퇴직까지 기간이 길고 운용에 관심 → DC형으로 복리 효과 활용
- 이직이 잦거나 추가 절세를 원함 → IRP 적극 활용
무엇보다 내 회사가 DB형인지 DC형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회사 규약에 따라 유형 전환 가능 여부가 다르므로, 전환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인사팀에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두고 있다면, 급여가 깎이기 전에 높은 임금 기준으로 DC 전환을 검토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내 회사가 DB형인지 DC형인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회사 인사팀에 문의하거나, 가입된 퇴직연금 사업자(은행·증권사) 앱 또는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2. DC형 운용에서 손실이 나면 원금도 사라지나요?
운용 손실은 본인 부담이지만, 회사가 매년 넣어주는 부담금 자체는 손실과 무관하게 계속 쌓입니다. 안전 운용을 원하면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을, 적극 운용을 원하면 펀드·ETF 비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Q3. 퇴직금이 300만원 이하인데도 IRP로 받아야 하나요?
퇴직급여가 300만원 이하이거나 만 55세 이상 퇴직 등 법이 정한 예외에 해당하면 IRP 계좌 없이 일반 계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2조 (DB·DC·IRP 정의) (law.go.kr)
-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21조의2 (사전지정운용제도, 2022.1.11 신설) (law.go.kr)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부칙 제1조 (법률 제18752호, 2022.1.11 공포 —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 (law.go.kr)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1조의3제2항 (가입자의 사전지정운용방법 선정) (law.go.kr)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4조제4항 (개인형퇴직연금제도의 사전지정운용 규정 준용, 2022.1.11 개정) (law.go.kr)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1조의4 (가입자의 사전지정운용방법 선정) (law.go.kr)
-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제14조제1항 (DC형 중도인출 사유) (law.go.kr)
-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24조제5항(law.go.kr)·시행령 제18조제2항(law.go.kr) (IRP 중도인출 요건, 의료비 임금 1천분의 125 초과)
- 소득세법 제21조제1항제21호 (연금외수령 기타소득) (law.go.kr)
- 소득세법 제129조제1항제6호나목 (기타소득 원천징수 15%) (law.go.kr)
- 지방세법 제103조의13 (지방소득세, 소득세의 10%) (law.go.kr)
- 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제2항제1호가목 (연금계좌 납입한도 연 1,800만원) (law.go.kr)
- 고용노동부 — 퇴직연금제도 안내 (moel.go.kr)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세무·법률·금융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세율·기준금액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적용 전 국세청 홈택스 또는 세무사 등 전문가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